Interview

수학을 통해 세상 모든 문제를 풀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혁신센터

산업수학이란 산업문제를 모델링을 통해 수학문제로 발굴하고, 발굴된 문제를 수학 모든 분야의 지식과 방법론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업수학의 종합 창구로써 기업과 사회가 직면한 기술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수학을 활용해 혁신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현재 산업수학혁신센터가 하는 일이다.

글 편집부 / 사진 김기원

모두에게 낯설었던, 산업 그리고 수학

3년 전인 2016년, 산업수학혁신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색하게 자신의 소속과 직책을 밝힌 남성은 자신의 기업이 가진 수학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산업수학혁신센터가 개소한 지 한 달여 쯤 지난 시점이었다.
“그 전화를 제가 받았어요. 상대 쪽에서는 내내 반신반의하는 눈치였죠. 저는 저희가 하는 업무가 바로 그거라며 맞게 전화하셨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게 센터의 첫 공식 업무였죠.(김민중 선임연구원)”

산업수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였다. 어렵게 공간을 마련해 센터를 개소했지만 정작 기업에서는 정말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인지, 효과가 있기는 한 건지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때문에 개소 이후 무엇보다 홍보가 시급했지만, 단 네 명의 팀원으로 끌어나가기에는 모든 것이 불안했던 1년이었다.

“이미 해외에서는 산업수학이라는 말을 널리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산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수학자가 해결한 사례도 많았고요. 반면에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례가 전무했던 거죠. 그래서 홍보와 더불어 두드러지는 성공사례를 만드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허준 센터장)”

개소한지 3년이 지난 지금은 과연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산업수학혁신센터의 불어난 덩치다. 인원과 공간 모두 처음의 세 배가 됐다. 이는 늘어난 기업 수요와 산업수학혁신센터의 성장을 말해준다. 산업수학에 대한 인지도도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업에게만큼은 산업수학혁신센터가 수학적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산업수학 허브가 되었다.

수학박사들만의 문제해결법

산업수학혁신센터를 찾는 기업은 다양하다. 서울교통공사,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공기업은 물론, 인공지능 기반 기업, 부동산 정보 서비스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이미 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다분히 기술적이거나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산업수학혁신센터는 기업의 문제를 수학적 사고로 전환해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문제해결을 시작한다.

“가장 어려운 것이 기업의 어려움을 순(順) 문제로 정의하는 거예요. 정의만 잘 되면 수학적으로 접근해 해결할 수 있죠.(박윤영 연구원)”

어떠한 경우에도 한 번에 문제가 보이는 경우는 없다. 기업에서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그렇지 않거나, 혹은 반대로 제시한 해결책을 기업에 바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오랜 기간 기업과 센터가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과 일함에 있어서 의사소통은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야 정확한 문제 파악과 해결이 가능하거든요.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요. 기업이 적극적일수록 결과는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허준 센터장)”

팀원 간의 의견 교환도 활발하다. 같은 수학 분야 내에서도 서로 전공이 다르다보니 다양한 시각에서의 접근이
가능하다.

“하나의 문제라도 다각도로 접근해보는 거죠. 딥러닝이 나을지 공학적인 툴을 사용하는 게 나을지 방법론을 의논하는 거예요. 서로가 모든 이론을 알고 있을 수는 없는 건데, 그럴 때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김민중 선임연구원)”

센터의 목표는 기업의 성장

산업수학혁신센터는 수학을 하는 곳이지만, 컴퓨터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전산적인 툴이나 프로그램을 활용하되,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이들만의 차별점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컴퓨터 전공자들이 저희보다 더 나을지 몰라요. 다른 점이 있다면 저희는 ‘왜’를 생각하는 거거든요. 단순히 프로그램만 돌리는 게 아니라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의심하고, 검증해서, 변하지 않을 논리를 찾는 거죠.(이성원 선임연구원)”

그렇다보니 기업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산업수학혁신센터와 함께 일하기 전보다 다섯 배 성장한 기업도 있다. 모든 협력이 무료인 데다가, 타 기업보다 비교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핵심 기술을 함께 고민해준 덕분이다.

“지금도 저희와 함께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점차 성장 속도가 두드러지는 기업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허준 센터장)”

우리는 늘 수동적으로 수학을 대한다. 주어진 문제를 풀어 단 하나의 답을 찾는 일련의 과정쯤으로 여겼던 수학.
그러나 산업수학혁신센터에서는 이 같은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문제를 만드는 것부터 답을 얻은 후까지도 사고를 멈추지 않는다.

왜 그 답이 정답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유연한 사고력이 빛을 발하는 곳,
이곳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혁신센터다.